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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주년 기획특집】 조순현 작품전 “기억속의 풍경”을 찾아서
조순현 화가(현 성옥기념관 학예실장)
 
편집국 기사입력  2015/12/08 [10:18]
“잊혀져가는 삶의 공간을 작품으로 표현” 
온금동'다순구미'의 오롯이 남은 골목길   
추억의 공간... 새로운 기법으로 LED로 담아내
 
유달산 자락에 있는 온금동은 목포에 시가지가 조성되기 전 뱃사람들이 살던 마을이다. '따뜻하다'는 의미로 예전에는 '다순구미' '다순금'으로 불렸던 달동네다. 이런 달동네의 설움과 아픔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 작품으로 승화시킨 전시회가 지난 30일 성옥박물관 별관 갤러리에서 막을 내렸다.
 
조순현(현 성옥박물관 학예실장) 화가의 첫 개인전 ‘기억의 풍경’이다.
 
▲     ©편집국

온금동은 햇살이 잘 드는 ‘양지바른’이란 뜻의 전라도 사투리 '다순구미'라는 이름만큼이나 이곳의 삶도 넉넉하고 따뜻했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있다. 목포에서도 손꼽히는 달동네 다순구미는 목포가 시의 모습을 갖추기 전부터 어업인들이 어촌을 형성하고 생계를 꾸려가던 곳이었다. 살아 있는 어촌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다순구미가 사람들로 북적였을 당시에는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때문에 한 집에 보통 서너 가구가 같이 살림을 차렸다. 다순구미의 가옥들 중 상당수가 작은 방 여러 개가 모인 형태인 이유다.
 
▲     © 편집국

이러한 모습을 상상이 아닌 기억으로 고스란히 담아 내 “기억의 풍경”이란 이름으로 희망의 빛으로 표현하고픈 작품 18점을 성욱기념관 별관 갤러리에 전시했다.
 
가장 현대적인 LED 판넬에 추억속으로 사라져 가는 온금동 마을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새로운 기법의 시도로 세필의 아나로그적 화법을 최첨단 소재와의 부자연스런 만남을 통해 디지털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즐기듯 현대를 사는 우리네 추억을 깨우듯 큰 눈길을 끌었고,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     © 편집국

작품의 이해만큼이나 지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순구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오르면 형형색색의 슬레이트 지붕이 가파른 산비탈을 물들인다. 그 사이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조선내화공장(벽돌공장)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넓은 대지를 차지하고 우뚝 솟아있다.
 
이 공장은 1938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군수자본을 기반으로 설립돼 해방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벽돌 공장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추억만을 간직한 채 오가는 관광객은 관심만 끌어 모으고 있다.
 
▲     © 편집국

조선내화공장 앞은 ‘째보선창’이 있던 자리다. 째보선창은 앞쪽에 배를 댈 수 있는 조그마한 만(彎)을 부르던 말인데, 당시에는 삼 면을 막고 한 면만 열어놓은 모습이 언청이와 닮았다해 이렇게 불렸다.
 
한마디로 온금동의 주제는 무겁다. 빈민과 가난, 어려운 삶의 고단한 공간으로 늘 기억돼 왔지만, 작품에서는 따뜻한 추억으로, 희망이 있는 공간으로 표현한 조순현(성옥기념관 학예실잘) 화가를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조순현 화가는 “이번 전시회는 한 때 번성했던 온금동 마을의 불 켜진 모습을 다시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보편적인 서양화가가 아닌 나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 선 보인 이번 작품들은 백립이라는 조명인화지에 가는 붓을 이용해 선 하나하나를 연결해 물감으로 빛을 투과해 LED 판넬에 빛이 들어와 긍정적이고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작품의 소재는 너무도 간단하다. 어릴 적 온금동 마을에서 보고 커왔던 총총한 별과 질흙 같던 어둠을 밝혀준 전봇대, 전봇대 사이사이에 얽힌 전선만큼이나 굴곡진 삶을 살았을 이웃들, 이른 아침 일터를 찾아 떠나는 어촌마을의 모습들, 그들의 마음에 담겨진 ‘희망’과 ‘따뜻함’의 소망이 작품으로 표현됐다.
 
조순현 화가는 전북익산이 고향으로 온금동은 제2의 고향이다. 아버지를 따라 정착해 어린 시절부터 지냈던 공간에 대한 추억과 기억은 삶의 원동력이자 추억이 되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언제부터인가 온금동에 대한 애착은 자료를 모았고, 잠든 열정을 깨웠다.
 
조 화가는 작가노트에서 “어릴 적 뒤 놀던 온금동 산동네의 추억을 되새기며 그리움을 드로잉 해 보았다. 추억을 복원하는 과정은 먼 거리의 조명이 아닌 심미적인 탐구를 통해 세밀하게 접근하여 표현하고 원도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지역특성과 조형적 구조의 특징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표현기법에 있어, 세필의 아날로그적 분위기와 화면에 LED 판넬과 함께 적용하는 시도를 통해 미디어속의 이미지를 끌어올려 보았다. 실험적인 구성이 회화에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 보길 기대해보며 “빛의 유혹”이라는 부제가 깃든 스토리텔링은 옛 째보선창 뒤편의 온금동 골목길 이야기를 기본 플롯으로 삼았다. 온금동은 해안가 마을 답게 유달산 자락을 따라 파랗고 빨간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차한대 겨우 지나가는 “깔끄막”에 자리한다. 옹골진 바위자락에 기대 남자들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아낙네들은 그물을 짜며 생계를 이어가는 강인한 생활력이 세상풍파를 겪으며 화석처럼 굳어진 목포 근현대사의 초상........
 
그 소중한 무형의 자산들이 ‘재정비 촉진지구’조성으로 사라져 가는 지금, 추억 아련한 산동네 다순구미의 정다운 풍경과 내일을 꿈꾸는 보금자리의 느낌을 나의 화폭에 담아 희망의 빛으로 복원하고 기억하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조순현 화가에게는 나름의 소망이 있다.
 
도시개발로 변할 온금동을 현재의 상태로 간직해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재창조 하고픈 욕망이다. 오롯이 남은 골목길을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색과 그림으로 복원해 추억여행을 찾는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조선내화의 굴뚝도 고로와 용광로도 소중한 문화예술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제주의 성읍민속마을이나 낙안읍성처럼 근대 역사의 흔적으로 목포의 어촌마을을 만든다면 주민의 사회공동체 복원도 어렵지 않을 거라는 대목에선 온금동에 대한 애정이 깊이 묻어난다.

이곳 달동네 산책은 다른 산자락 동네에서와 같이 고단한 여정이 아니다. 10분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목포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근 서산동과 유달동 일대는 2층 격자모양 집 외에도 구 일본영사관, 이훈동 정원, 근대문화역사관 등이 목포의 근대사를 담아내고 있어 조 화가의 제안이 결코 먼 애기도 아닌 것 같다.
 
▲     ©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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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2/08 [10:18]  최종편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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